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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영 선생님의 글을 읽고
윤영형 덕분에 오늘 안병영 선생님의 글을 읽게 되었다.

안식년이야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고,

공부에 대한 말씀이 와 닿았다.

" 공부라는 것이 제법 열심히 해도 별로 표가 안 나는 법이네.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해야 조금씩 축적이 돼서 한참 가야 얼마간 성과를 거두네. 감질나는 일이지만, 그나마 그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게 바로 공부네. 그래서 공부는 소처럼 꾸준히 일하는 사람이 이기는 경주네. 나는 그동안 준마(駿馬)처럼 멋지게 달리다 경주 후반에 제풀에 주저앉는 학자들을 수없이 보았네. 공부꾼이 학업에 성과를 올리는 데는 인내와 끈기, 노력과 자제가 최상의 열쇠네." (http://hyungang.tistory.com/151)


최소한 공부를 제법 열심히 했다는 소리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화이팅!


by everawake | 2011/03/15 21:35 | 트랙백 | 덧글(0)
주관적 합리성과 객관적 합리성의 구분
오늘 버스 안에서 떠오른 것인데, 적어본다.

일상 속에서, '합리적이다'라는 형용사는 꽤 괜찮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 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든지 합리성은 가치있게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합리성을 차갑고 냉정한 것으로 보면서 인간미와 대치되는 것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는 듯 하지만 말이다. 대체로 대화 중에서, 아니면 의견의 대립이나 소통이 이루어질 때 '합리적이다'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이 '합리적이다'라는 말이 쓰일 때 과연 명확하게 쓰이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과연 합리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써보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보니 합리성에 대한 고찰이 될 것처럼 얘기한 게 되는 듯 해서, 그리고 그런 고찰은 훨씬 더 깊고 길어야 할 것이기에, 좀 더 명확히 이 글의 목적을 적는다. 난 합리성에 관련된, 내가 생각하기에 간단하지만 명확히 이해하면 중요하고 유용할 한 부분을 다루고자 한다. 바로 주관적 합리성(subjective rationality)과 객관적 합리성(objective rationality)이라는 구분이다. 

이 구분을 얘기하려면 합리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간단하게라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간단히 내 생각을 적자면, x라는 행동 (또는 선택지)이 합리적이려면 일단 고려되는 목적/가치를 실현하는 데 x가 (가장?) 적합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돈을 모으는 것이 목적/가치일 때 돈을 더 벌려고 노력하는 것은 합리적인 반면, 돈을 펑펑 쓰는 일은 비합리적일 것이다. 다른 예를 들자면, 배가 고픈 상태를 피하는 것이 목적/가치인 경우, 배고픔을 느끼고 무언가 먹을 것을 찾아서 취식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양식인 반면, 수중에 있는 음식을 버리는 행동양식은 비합리적이다.

일단 이렇게 간단히 합리적인 것이 무엇인지 짚었으니 내가 오늘 얘기하고 싶은 주관적 합리성과 객관적 합리성이라는 구분으로 넘어가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서 얘기한 도식에 약간의 디테일을 더해야 한다. 위에서는 목적과 행동 두 가지만 등장시켰는데, 이제는 행동자의 배경지식/믿음을 더해야 한다. 갑이란 사람에게 x라는 행동이 주관적으로 합리적이려면 이하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갑이 갖고 있는 n개의 배경지식/믿음 b1, b2, b3, ..., bn 이 있고, 갑이 보기에 목적/가치를 추구하는 데 관련된 모든 배경지식/믿음을 갑이 고려해 보았을 때 x라는 행동양식이 목적/가치를 추구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이 나올 때 x는 갑에게 있어 주관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양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새우 마요네즈 샌드위치를 먹는 것이 목표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후보로 떠오르는데, 직접 재료를 구해 만드는 방법도 있겠고, 이미 만들어진 것을 구입하는 방법, 갖고 있는 사람을 협박하는 방법, 쓰레기통을 뒤지는 방법 등 시도가능한 방법들은 무한하고, 실제로 목표를 이루는 데 성공할 가능성은 각 방법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이 때, 편의점으로 가는 것은 합리적인가? 갑에게 새우 마요네즈 샌드위치가 편의점에 비치되어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그 방법은 주관적으로 합리적이다. 하지만 사실 편의점에서 새우 마요네즈 샌드위치를 다루지 않는다면, 객관적으로는 합리적이지 않을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로또를 사는 것은 재산을 증식하는 데에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는 확률이론을 적용해서 구입자가 쓰는 1원당 기대상금을 계산해보면 간단히 나온다. 에너지 보존법칙을 생각하여도 좋겠고.) 하지만 자기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을 실제보다 더 크게 알고 (느끼고?) 있는 이에게는 로또를 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고, 바로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것이 주관적 합리성의 일례이다. 

예를 하나만 더 들어보자. 2009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서브프라임 설계상품의 부실함을 알고도 별 일 없으리라 기대하거나 위험을 무시하고 투자하는 사람과, 부실함을 모르고 투자하는 사람. 금융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 목표일 때에, 이 두 사람은 서브프라임 상품에 투자하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객관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는 주관적으로도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인 반면 후자는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주관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렇듯 같은 목표/가치와 행동이 고려되더라도, 논의하는 합리성이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에 따라서 합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가 없는가가 갈리게 된다. 물론 이런 구분을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유의미하고 쓸모있는 구분이다. 어느 행동이 합리적인가에 대해 논의할 때 이런 구분들을 의식하고 명확히 하며 논의한다면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줄을 것이라 믿는다. 


p.s. 합리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목적/가치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개념이 쓰이는 것을 보면 2차적, 부가적인 고려가 있는 듯 하다. 그것은 바로 목적/가치가 객관적으로 추구할 만한 가치인가라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화자가 후자의 고려를 해서 '합리성'을 적용할 때에는 보통 객관적으로 추구할 만한 목적/가치를 전제한 후, 이 목적/가치를 추구하는 데 x라는 행동이 긍정적인가를 묻는다. 결국 합리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논의할 때에는 그 합리적인 것이 객관적인 것인지 주관적인 것인지, 그리고 목적/가치가 객관적으로 가치있는 지에 대한 질문들을 할 수 있다는 말인데... 이런 여러 구분들이 있는데도 나름 합리성이라는 개념이 잘 통용되는 것을 보면 철학자들이 괜히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서로 얘기하는 것이 꽤나 어긋나는 데에도 불구하고 개념적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더 나쁘게는 상대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by everawake | 2011/02/05 04:51 | 철학 | 트랙백 | 덧글(0)
Reading "A Hundred Years of Philosophy"
20100906

- 존 스튜어트 밀은 자신의 스승인 벤담에 대해서, 명료한 생각들을 갖고 있는 이들이 쉽게 빠지는 오류를 범했다고 평했다. 밀이 얘기한 오류는 바로 명쾌함을 향한 열정 때문에 '헷갈리게 보이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오류다. 분석하기 어렵다고, 알기 어렵다고, 존재하지 않다거나 무시해도 되는 것은 절대 아니겠다. (14)

- 밀이 방법론에 있어서 그렇게나 개별적 환원주의자인 줄 몰랐다. (15)

- 관찰이나 경험이 아닌 직관을 통해서 진리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은 거짓된 사상과 안 좋은 institutions의 지적 기반이라는 밀의 생각: 글쎄. (15)

- 오귀스트 꽁뜨를 읽어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증주의'라는 단어가 그렇게 여기저기에서 쓰이는데 같은 뜻을 갖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되기에. 꽁뜨에 관해서는 Passmore 15-17

- 밀은 모든 귀납적 추론을 'induction by simple enumeration'이라고, universal generalisations를 개별 케이스들의 축약적 표현이라고 보았단다. (23) 무조건 환원시키는군...



by everawake | 2010/09/06 22:43 | 철학 | 트랙백 | 덧글(0)
궁금한 것들
하루하루가 만족스럽다.
덕분인지 몰라도, 궁금한 것들이 별로 없다.

굳이 떠올리자면:

요즘 한창 인기있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주제인 무엇이 옳은가.
옳음은 무엇에 근거하는가.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
그리고 위에 관련된 것인, 선한 신과 악의 공존 설명 및 악에 대한 책임 문제 (the problem of evil).
하나님을 알 수 있는 인식적 근거의 한계.
그리고 위와 과학이론에 등장하는 관측불가한 존재들에 대한 인식적 근거와의 관계.

하지만, 이 질문들이 내게 연하게 다가온다.
대답하고 싶지만 대답할 수 없어서 살아내야 할 질문이 보이지 않는 경우는, 살면서 처음이네.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by everawake | 2010/09/05 22:19 | 일상 | 트랙백 | 덧글(0)
현재 읽고 있는 책들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A Very Short Introduction to Ancient Philosophy - Julia Annas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Reading Metaphysics - Helen Beebee and Julian Dodd
지성에서 영성으로 - 이어령
로이드 존즈의 산상설교집 상 - D M Lloyd Jones
완벽한 가격 - 엘런 러펠 셸

요즘 독서가 즐겁다.

by everawake | 2010/07/28 09:38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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